5.04.2006

[강의]를 다 읽고....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다 읽었다....
한 보름만에 다 읽었나???
다 읽고 느낀 점은 고민은 많이 했으나, 먼가 2%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강의]의 화두는 [관계론]이다. 서양의 존재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그 대안으로 동양사상의 특징인 관계론을 들고 나온다.
여기서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나의 의문점을 적어본다.

우선 서론에서 보면, "동양의 역사에서는 과학과 종교의 모순이 없으며..."라는 문구가 나오는 데 나의 의문점은 책에서 말하는 과학은 근대과학이다. 그런데 고전에 등장하는 동양사상에서 서구와 같은 "근대"과학이 존재했는지 의문이다. 근대과학이 존재한 적이 없으므로 당연히 동양사상에서는 종교와 과학의 모순이 존재할 수 있었을 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과학이 동양에 전해진것은 근대 이후이다.

다음으로 "인간은 인간관계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 가치나 초월적인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구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도 중세에서는 초월적 존재에서 근거를 찾았지만, 르네상스 이후에는 초월적 존재를 나름대로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양에서도 비종교적인 부분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모습이 단지 동양사상만의 특징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통해 인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것이 또 다른 모습의 존재론은 아닌지?? 즉 관계를 맺기 위해선 그 전제로 존재가 있어야만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 근대의 가치가 합의되고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몇개나 될까? 개인의 자유와 평등, 국민국가, 자본주의 등등 이러한 것들이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가 세계를 상대로 이것은 우리의 장점이고 가치이다라고 내세울 수있는 것이 많을까??? 아직 근대(존재론)이라는 과제도 우리사회는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동양사상의 관계론이라는 것을 해결책으로 상정하고 있지는 아닌지....

IMF 와 우리 경제의 종속적이고 비자립적인 구조의 원인에 관하여 "모든 운동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신선생의 맥락은 자기반성을 하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무척이나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운동의 원인 내부에도 있고, 외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 그때 그때 달리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에서 원인을 찾게되면 독선에 빠질 수 있다.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 일본의 식민사관,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등 모두가 내부에서 원인을 찾은 것 아닐까?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도 똑같이 위험하지만 내부도 마찬가지인것이다. 양자를 모두 바라볼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자립적이라는 말이 가능한 개념일까?? 이미 경제학에서 자립경제라는 말은 낡은 이론이 되었는데 말야.....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원래 [자립적]인것이 아니라 [주도적]이냐 아니냐라고 써야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관계론을 자본주의나 존재론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존재론의 자기증식의 특징이 문제이라는 것.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존재론을 기반에 한 자본주의는 특성상 어느 체제보다 여러 하위분야와 긴밀하게 그리고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부분이 막히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연관된 산업은 물론 인근산업 그리고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경제라고 생각한다.
신선생이 비판하는 자본주의가 이상하게도 그 대안인 관계론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단순히 관계론이 아닌 [어떤]관계론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2%부족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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